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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생각/고민과 불만

설계 엔지니어의 대우에 관한 짧은 견해-1

설계 엔지니어의 대우에 관해 저의 짤막한 견해를 적으며 불만을 토로해보고자 합니다.

 

설계는 영어로 'Design'이라고 표현되고 어떤 분야에서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실제로도 건축, 기계, 전기, 항공, 선박 등 많은 분야에 '설계 엔지니어'라는 직업으로 많은 분들이 자리를 지키고 계시죠.

 

저는 아직 중소기업에서 수 년 정도밖에 경험이 없지만 여러 커뮤니티에서 설계를 하시는 분들을 접하면서 경력을 쌓으신 분들이 말하는 본인과 회사의 관계에서 형성된 대우와 이제 설계를 시작하시는 분들의 QnA 등을 통해 제가 가진 인식들이 제가 접할 수 있는 환경 내에서는 유사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우선, 설계자가 갖추어야할 소양을 생각해보면

1. 전공 - 설계자가 전공한 분야에 대한 지식

2. 과학 - 전공과 연관된 과학지식 및 다른 분야와 소통하기 위한 기초과학에 대한 지식

3. 산업 - 참여하게 되는 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ex. 반도체, 배터리 등)과 변화하는 트렌드에 대한 습득

4. 표준 - 전공과 산업에 표준으로 적용되는 것들에 대한 지식(ex. 기성품, 관련 인증, 규격 등)

5. 기업 - 자신의 설계와 연관 부서 및 고객과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기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

6. 검증 - 제품으로 만들어지게 되었을 때 문제가 없음을 검증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지식

위와 같이 쉽게 체득할 수 없는 다양한 지식들이 있습니다.

 

이것들을 완벽히 다 갖춘 설계자가 드물기는 하나 이러한 지식들을 변화해가는 사회에 발맞추어 끊임없이 배우고, 실무에 반영하며 기업의 발전에 기여하고 연관된 부서와의 협업을 잘 이끌어 나가는 것이 설계자가 갖는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저의 생각과 달리 기업에서 바라보는 설계자는 "경영자가 요구하는 물건을 뽑아내는 기계"처럼 느껴집니다.

어쩌면 초능력자로 보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기업은 설계 표준이 잡혀있지 않습니다, 표준서라며 제작된 것들을 보아도 어떤 규정에 근거한 것보다 본인들이 해왔던 관성을 문서로 표현하기 때문에 근거가 빈약한 경우가 많습니다.

고객사의 표준에 맞추기 위해 많은 부분을 새로 설계하여야 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이는 상당한 시간을 잡아먹죠.

 

자사의 검증된 제품이 있다면 그 제품의 일부를 바꾸는 것이 새로 만드는 것보다는 더 적은 검증이 필요할 것입니다.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많을 수록 불안요소를 더 많이 내포한 제품이 될 것이고요.

설계자들은 많은 부분에서 자신이 설계한 것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문제가 생기더라도 문제의 규모가 커지기 전에 수습할 수 있도록 보호장치를 해두려 합니다.(경제성을 감안해야 하지만요.)

신규 제품에 보호장치까지, 상품성을 해치지 않고 기업이 원하는 방향으로 설계를 하려면 많은 아이디어와 고민을 통한 수정과정을 거쳐야 하겠죠. 이는 굉장히 까다로운 과정입니다.

 

경우의 수 중 곱의 법칙을 보면 두 사건 A, B가 일어날 경우의 수가 A x B가 되죠.

이를 설계라는 작업에 대입해보면 "A를 만들어질 수 있는 형상의 가짓수, B를 검토해야 하는 항목의 가짓수"라고 했을 때 부품 하나를 설계하는 것만으로도 고민해야 할 경우의 수가 아주 많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예시를 들어 기계 부품 하나를 설계하는 데에 필요한 구성요소를 하나씩 꼽아 보겠습니다.

1. 용도, 2. 성능, 3. 관련 표준, 4. 형상, 5. 재질, 6. 가공 방법, 7. 표면처리, 8. 비용, 9. 납기

필수적인 부분들만 꼽았다고 생각했는데 9가지나 되네요..

용도(1)와 성능(2), 관련 표준(3)은 콘셉트에 따라 명확히 할 수 있기에 가짓수를 1로 놓더라도 4~7번은 굉장히 다양한 방법이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방법과 특수한 방법 등을 나누어 설계에 들이는 고민을 줄여가며 현업을 진행하게 됩니다.

 

제가 생각하기엔 설계자들이 초반에 많이 관두는 이유 중에 반이 이런 넘쳐나는 경우의 수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머지 반은 앞으로 적게 될 급여에 대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요.

 

글을 정리하여 쓰기에는 제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 생각나는 대로 작성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승전결이 명확하지 못한 것 같은데요, 정리하는 기회는 나중에 마련하더라도 우선 써보려고 합니다.

이번 글에서 제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설계라는 게 많은 고민과 선택을 동반하기 때문에 짧은 기한 내에 해내기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라는 것입니다.

 

너무나 무분별하게 이번 달 안에, 오늘 당장 등 사람을 갈아 넣듯이 일을 진행하는 업태가 불만입니다.(이유는 알지만..)

요즘 기업의 트렌드는 ESG라고 하죠, 사람이 갈리는 직장에 지속 가능한 경영이라는 것이 가능할지 싶습니다.

 

부디, 설계 엔지니어라는 과학자이며 공학자이고 기술자인 제품 개발의 시발점에 선 이들에게 더 나은 환경이 제공되었으면 합니다. 엔지니어의 발전은 기술력을 원하는 회사의 든든한 기둥이 되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급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